심리명상 지혜

5박 6일간의 위빠사나 알아차림 명상수행을 마치며..

김영국 행복명상센터 2019. 9. 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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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간의 위빠사나 알아차림 명상수행을 마치며..





집중수행은 10년전 지리산 거지라고 불리는

마음공부 첫 스승님과 계룡산에서

7일동안 해봤다. 

그때는 산 꼭대기에서 그냥 잠만 잤다.

그 이후로 수업시간, 혼자서 30분씩 하는등

가볍게 명상을 했지만 그리 집중하지 않았다. 

공부하고 강의하고 현실에서 돈버는것에 집중했다.

항상 명상에 대한 갈증이 있던차에 

무작정 추석을 기점으로 떠나버렸다.

평생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돈벌며 살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고향에 내려갈 준비를 다하고 갔다. 

한두시간 해보고 도저히 못 참을것 같으면

당장 집에 내려가려고 했다. 

그동안 너무나도 내가 하고 싶은것 마음대로 

편하게 살다가 하루종일 명상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였다. 

솔직히 많이 무섭고 겁도 났다. 

그렇지만 나의 작은 소원이기에 일단 GO~~





가자마자 명상을 했다.

위빠사나 알아차림 좌선 1시간

눈을 감자마자 직감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든 여정이 될것 같은...

그동안 쌓아둔 어리석음이 마음속에서 봇물터지듯 

여과없이 올라오는 것이다. 

수많은 잡생각 덩어리, 다리저림, 허리아픔,

깊은 내면의 감정 정서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나름 감정 훈련도 잘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며 왔다고 하지만

무의식속에는 여전히 알아가야 할 숙제들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모른척하고 살아가면 지장은 없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고 짜증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풀지 못한 숙제들을 보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며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마음속에서는 그냥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냥 집에서 하루종일 티비만 보는것이 

오히려 명상이며 힐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여기서 도망가면 후회할것 같았다. 

1시간은 정말 10시간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버리면 시간이라도 갈텐데

알아차림을 하기 때문에 숲속에서 

수십마리의 모기와 싸우는것처럼 힘겨웠다.

명상을 하고 나면 온몸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첫날은 그동안 편안했던 습관에서 벗어나는것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솔직한 심정은 공포를 경험했다. 

나의 습관을 당장 끊는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담배를 끊을때 느끼는 금단현상보다 더 한것 같다.

둘째날은 공포가 사라지면서 짜증과 분노가 올라왔다. 

첫날에는 거대한 괴물과 싸운 느낌이라면

둘째날에는 모기와 싸운 느낌이였다. 

셋째날은 생각보다 명상이 잘됐다. 

뭔가 되는것 같은 소소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무수하게 흩어졌던 마음을 잠시 모을수 있게 되었다. 

알아차림의 힘이 커지면서 명상의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태라면 1주일 이상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중명상하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이 들려고 했는데...

넷째날부터는 지독할 정도의 몸의 고통 통증이 나타났다. 

다리저림이나 허리통증은 견딜수 있지만

심장주변이 송곳으로 파헤치는 듯한 통증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웠다. 

이러다 죽는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끝나고 나면 통증은 사라진다. 

내 몸이 내 마음이 과거의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격렬히 저항한듯 보였다.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을때 부작용처럼...




나는 그 느낌을 안다. 

15년동안 나는 담배를 좋아했던 애연가였다.

담배를 참고난뒤 2년동안 나는 금단증상에 시달렸다. 

저녁마다 잠을 못자고 가슴이 아프고 

갑자기 화가나고 심장이 아프는등

상상할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 

그때 나는 알았다. 

당장 슈퍼에 가서 담배를 사서 기분좋게 펴주면

이 증상들은 귀신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질것을..

사랑이든 집착이든 함께 했던 연인과 헤어지고나서

가슴이 찢어질듯한 기분과 같지 않을까?

습관의 중독,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몸의 때를 벗겨내야 하는데 

너무 씻지 않아서 살과 붙어 버린 그런 기분? ㅎㅎ

눓어 버린 냄비를 닦듯 말이다. 




마음공부를 머리로 참 많이했다. 

현실에서 겁먹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눈 앞에 주어진 숙제를 착실하게 풀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에 비해 실제 수행시간은 많이 부족했다. 

핑계지만 나에게 명상은 힘겨운 현실에서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며 사는 것이였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워야했다.

그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작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내가 명상을 할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무엇이든 의지만 갖고 할수 있는것이 아닌것 같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때가 왔음에 기분이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큰 축복이며

붓다의 가르침을 알게 된 일도 큰 축복이며

그 가르침을 알려줄 많은 스승을 만난것도 큰 축복이며 

그 가르침대로 명상을 할수 있는 것은 더 큰 축복이다.



5박 6일동안 나는 특별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신비한 체험을 한것도 없다. 

솔직히 달라진것은 별로 없다. 

신나게 내 안의 망상과 원없이 싸워봤다. 

신나게 두둘겨 맞아 봤다. 

또 싸우고 또 코피 터지듯 죽도록 괴로웠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나의 기질도 한계가 왔다. 

안될수록 더 미치도록 해봤지만 남는 것은 가슴속의 답답함과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만 커져갔다. 

어린아이가 세계 챔피언과 싸우는듯한....

다행히 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했던 선생님이 길을 잡아줘서

 덜 얻어터진것 같다. 

물론 내가 싸운 것은 어떤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오래된 질긴 습관(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덩어리일 뿐이다. 

5박 6일동안의 성과라면 이 덩어리를 살짝 봤던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 

그동안 거실은 나름 화려하게 잘 꾸며놨다. 

지하실까지도 수리를 잘 해놨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할 더 깊은 지하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 안은 너무나도 어둡고 악취가 나고 

예전에 보지 못한 수많은 문들로 가득찼다. 

하나하나씩 청소해주고 빛을 쏘여서

곰팡이들을 제거해야 한다. 





5박 6일간의 위빠사나 명상수행을 마치고 

몇가지 생각을 해봤다. 

1. 나를 감싸고 있던 거친 업의 때가 벗겨지고 나면

부드러운 삶의 순리(지혜)가 보인다. 

2. 일상생활의 알아차림

눈을 감고 달리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되지 말고

눈을 뜨고 천천히 호흡하며 달리는 마라톤 선수가 되자.

3.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자. 

도인처럼 다 할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선(악)업을 만들어가는지

항상 생각하며 살아가자. 

4. 눈에 안보인다고 해서 없는것이 아니다. 

귀에 안들린다고 없는것이 아니다. 

안 느껴진다고해서 없는것이 아니다. 

내가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마음을 닫은 것이다.

5. 좋은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삶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좋은것에 집착하면 탐욕의 노예가 되고

나쁜것에 집착하면 분노의 노예가 된다. 

즉 어리석은 자가 될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 보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뿐이다.

집착하지 않는 삶은 참 위대하다. 

나는 여전히 온갖 집착덩어리속에서 살아간다. 

나의 의지로 통제할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수레바퀴가 움직여 버리면

내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않는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그 브레이크의 기능을 강화하는것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알아차림의 힘이 아닐까?



김영국 행복명상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