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행복칼럼

죽음을 바라보는 자세(ft. 나의 엄마)

김영국 행복명상센터 2020. 7. 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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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바라보는 자세(ft. 나의 엄마)

어제가 엄마 생신이라 지난주에 당일치기로

고향 보성에 다녀왔다. 

아침 10시에 출발했더니 3시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엄마의 동네친구들이 놀러 오라고 전화를 한다. 

엄마는 아들왔다고 안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쿨하게 엄마 밥 먹었으니

엄마 일 보라며 짐을 싸고 나왔다. 

엄마의 인간관계는 소중하기에 ㅎㅎ

어차피 다음날 일이 있어서 저녁에 출발하느니

오후에 출발한 것이다. 

딱 1시간 밥먹고 10시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요근래 내 엄마의 삶을 보면 가장 행복해 보인다.

평생 고생한 삶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원없이 미련없이 하고 싶은대로 사신다. 

인생은 70부터 ㅎㅎ

너무 보기 좋다.  그래서 내가 편하다. 

 

엄마가 몇가지 고민이 생긴듯 싶다.

작년에 사돈 어르신이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사돈 막내 아들이 화장을 반대를 한 적이 있다. 

엄마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 너도 나 죽으면 화장 안된다고 막지 않겠지?"

" 나는 그냥 바다나 산에 뿌려주면 좋겠는데..."

그러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엄마 뭐하러 땅속으로 들어가 답답하게 "
" 엄마 좋아하는 산에 뿌려줄테니까 걱정마시요"

그렇게 말하자 한가지 고민이 해결되셨다. 

 

올해 설날에 사돈 어르신이 생사를 오갈 정도로

호흡기에 의지할 정도로 크게 다치셨다.

그 과정속에서 자식들이 고생한 모습을 보셨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조심스레 오더니 이렇게 말하신다.

" 나는 병원에서 가망없다고 말하면 호흡기를

그냥 떼줬으면 좋겠다. "

" 넌 그렇게 해줄수 있니? ㅎㅎ "

보통 아들 같으면 뚜껑이 열릴 것이다. 

" 엄마 미쳤어! 그걸 말이라고 해 "

" 엄마는 할말이 있고 안할말이 있지.... "

" 어떻게 자식한테 그런 말을 하지? "

나는 이렇게 말을 해줬다. 

" 우리 엄마 아름답게 갈수 있도록 떼줄께 ㅎㅎ "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사이소"
" 내가 우리 엄마 성격아는데 걱정 하지마 "

" 그러니까 나 고생안시키도록 고기 많이 먹고

아프지 않도록 건강 잘 관리하이소 "

그렇게 말해주자 흡족해지셨다. 

 

내 엄마의 마지막 고민

최근에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계신것 같다. 

" 나는 암 치료가 안된다면 병원에서 

나와서 산으로 가서 혼자 살고 싶더라 ㅎㅎ "

" 만나고 싶은 사람 원없이 만나고 가고 싶다고 "

내 엄마의 막말 수준은 점점 도를 넘었다. 

내 엄마는 실제 그렇게도 하고 남을 사람이다. 

엄마와 자식의 평범한 대화수준은 아니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그렇게 만든듯 싶다 ㅎㅎ

나는 이렇게 마지막 답변을 해줬다. 

" 알았어! 엄마 산으로 도망가면 내가 가서

나무집 지어줄테니 걱정하지 마이소 "

그렇게 내 엄마의 죽음에 대한 걱정은 다 정리되었다. 

물론 대화한대로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충분히 엄마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내가 엄마 성격을 닮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름 일리있고 나 같아도 그럴것 같았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수가 없다. 

죽음 앞에서는 지난날의 삶은 먼지처럼 가볍다. 

생명이 있을때는 땅을 밟고 하늘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나아갈수 있지만

죽고나면 바람에 흩날리고 땅속에 묻히고 

불에 타서 없어지고 연기와 함께 사라진다. 

우리는 생명이 존재할때까지는 

더 아름답고 더 즐겁게 더 미련없이 살아가야 한다.

미련이 없는 삶, 그것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나의 엄마는 삶의 미련이 없다고 한다. 

아니, 딱 한가지가 있는데 차마 내게 말못한다. 

아들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다.

" 엄마가 원하는거 내가 다 해줄수 있는데 

결혼은 억지로 해줄수가 없는거라 그건 미안해 "

" 엄마 나는 지금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

" 내가 머리깍고 산으로 안간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 "

 

평생 아버지의 주사와 폭력으로 얼굴 굳은채로

살았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나서부터 얼굴이 폈다. ㅎ

그리고 70이 넘으신 지금은 몸은 많이 약하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이시고 좋아 보인다. 

 

나는 효자는 아니다.

그러나 엄마에 대한 의리는 있다. 

당신이 준 사람만큼은 보상해주고 싶다.

 

김영국 행복명상센터